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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YOUNG EUN
<Undried Fragrance : 마르지 않는 향기 15-1,2,3> , sewing and ink on fabric, 193x390cm (193x130cm 3Pcs.), 20232023년 12월, 전통 사군자를 수묵으로 변주한 매·난·국·죽 연작과, 동백, 대형 수묵 월매도 작업 ❬Undried Fragrance : 마르지 않는 향기❭시리즈를 새로이 선보인다. 2019년, 매화꽃이 지는 모습을 보며 계절이 지나가는 아쉬움에 찰나의 순간과 향기를 화폭에 담으며 시작한 작업이다. 기존의❬Undried Fragrance❭시리즈는 수묵으로 담박한 꽃을 표현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여백으로 빛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며, 꽃의 중심기관인 꽃술의 반짝이는 자수 표현이 주를 이뤘다.
2019년 ❬Undried Fragrance❭매화 시리즈를 공개 이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형 ‘자수매화도십폭병풍刺繡梅花圖十幅屛風’ 을 우연히 관람했고, 단순 모사模寫가 아닌 기존의 매화 작업과 연결해 본인의 방식으로 재해석 한 작업으로 기존 시리즈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작업에 집중하며 지냈다. 이후 4년이 지난 오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삼세영 공모에 최종 선정되어 최초로 선보이는 가로 3.9M의 대형 ‘월매도月梅圖’ 작업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매화도자수병풍梅花圖刺繡屛風’에서 영감을 받았다.
원작의 가로 3.8M 크기를 그대로 가져오되 화면 왼편에 여백의 공간을 구성 후 비율을 조정하며 꽃잎이 흩날려 생동하는 늦은 봄의 시점을 설정하며 가로의 길이가 10cm 늘어났다. 동양화는 수정이 불가하므로 먹과 물을 이용한 전통 발묵의 형식으로 번져 그리기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임했고 원화의 전체 형태감에 준하여 매화나무의 형상을 그리는 작업의 단계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CG computer graphics라 착각이 들 정도로 인상 깊은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떴다. 기존❬Rain or Shine❭2019~ 작업에서, 홍운탁월烘雲托月의 형식으로 풍요로움의 상징인 만월의 형상이 등장한 적은 있었으나, 우연히 마주한 정경으로부터 월매도月梅圖로 계획이 수정되었고 선명한 영감이 필연으로 다가와 휘영청 보름달을 띄우게 된 것이다.
화면 전체에 탄탄한 자수로 표현되어 굳건한 절개가 느껴지는, ‘매화도자수병풍梅花圖刺繡屛風’ 은 양기훈이 밑그림을 그리고 자수장이 수를 놓은 작업으로 당시 국왕에게 헌상되어 왕실에 거주하거나 왕래하는 이들 이외엔 감상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반면 월매도月梅圖로 재해석한❬Undried Fragrance❭시리즈는 특정 인물이나 계층만이 누리던 과거의 궁중 회화와 달리 전시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다.
❬Undried Fragrance❭는 부드러운 수묵으로 표현한 화면에, 점·선·면 은실 자수로 꽃술과 툇점의 요소를 중첩한 것이 특징이며, 시詩를 읽을 때 느껴지는 리듬감 같이 수묵 회화의 평면적, 재료적 한계를 깨기 위한 표현기법으로 2016년 처음 시도했다. 반짝이는 은실의 바느질 땀으로 강약을 조절해 운율감을 더해낸 표현은 전부 손 자수와 재봉틀을 이용해 본인이 직접 수놓는다.
나의 모든 작업에서는 계획된 여백이 존재하고, 은유적으로 빛을 담아낸 공간으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현실의 계절과 각자 마음의 계절이 매번 같을 수 없다 생각하지만, 언제나 내면에 잠재워진 ‘빛’이 있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려 봄을 지나려는 순간이 서글프지만은 않길, 계절의 순환이 이치이듯 길고 혹독한 계절을 인내한 생명력의 반짝임은 코끝을 간질이며 마르지 않는 향기로 봄을 불러올 것이다.
화폭과 함께 숨 쉬는 담담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수묵의 변주를 통해 그저 옛 회화 양식으로만 치부되지 않길,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문장과 같이, 과거-현재-미래를 이어 저변의 확장이 이뤄져 나가길 소망하며 본인 역시 수묵의 동시대적 표현법에 관한 연구를 오래도록 놓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 장영은 작가노트 중
samse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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