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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작가는 이번에 인터뷰를 두 번 진행했다. 필자와 줌 미팅으로 한 번, 책방마니아와 작업실 탐방 형식으로 한 번 했는데, 작업실 공개 영상을 보면 깔끔하게 정돈되고 표백된 느낌마저 들어 마치 잘 찍은 뮤직비디오 같기도 할 것 같다. 게다가 설명도 워낙 조리 있게 해서 앞의 인트로 페이지와 아래 이어지는 부분도 장영은 작가가 스스로 준비하고 읽어내려 간 내레이션을 어느 정도 그대로 옮겨 놓거나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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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장영은 작가는 실제로 자연을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나서 돌아가는 곳이 자연이라는 생각으로 사람에 대해서도 따로 차별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다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것은 대학 시절 인물 작업을 하면서도, 인물은 ‘빛’ 또는 ‘청춘’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작업 방향을 바꾸면서도 인간과 자연은 같다고 생각하여 지금과 같은 빛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작가에게 있어 빛은 자연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어느 색보다도 생명력을 가진 근원적인 무엇인 것이다. 장영은 작가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푸른색 또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으로 하늘과 바다, 산의 빛깔을 품고 있는 함축된 색”이라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언제나; Rain or Shine’ 연작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모습과 그 섭리의 깨달음이 담겨있는 작업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고, 늦겨울 말라있는 버드나무 가지와 늦봄의 이미지, 그리고 내리는 비의 흔들리는 자연의 모습,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일상 속 길가의 평범한 나무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장영은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함께 연상되는 작가가 둘 있다. 한 사람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앨리스 달튼 브라운Alice Dalton Brown이다. 이들은 시각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굉장히 다른 느낌들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거론하고 싶다. 심지어 둘 다 유명한, 서양의 사진작가와 화가를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각예술에서 우리 가 기대하는 중요한 부분인 ‘목격되는 공기’를 자기만의 빛과 바람의 촉각으로 치환해내는 능력인데, 이들은 모두 그것을 개성으로 승화함으로써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안에 사람이 있든 없든, 색감이 어떻든,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든 공기를 개성적으로 다룰 줄 안다는 것은 보통 능력이 아니다. 장영은 작가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재와 색, 물의 재료적 특성, 그리고 여백을 끊임없이 연구했고, 많지 않은 나이에 이루어냈다. 작가는 “생명체가 물을 빨아들여 생존의 에너지를 얻어 생장해 나가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자연으로 깊이 돌아가는 것이 수묵 작업의 처음과 끝인 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작가는 동양화가 다루는 전통적 소재와 관습에서 벗어나고 재료를 흥미롭게 다뤄 먹을 사용한 그림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근본이 전통에 있음을 입증하고 그 안에 내재한, 즉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끼고 포착할 수 있는 기운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중성이다. 이것은 순수예술을 하는 모든 이에게 강요되어서도 안 되고 때로는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순수함과 대중성이 양립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열려 있다. 특히 필자는 공공한옥에서 큐레이팅을 하며 동양화 기반 작가들의 대중성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장영은 작가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앞날이 밝아 보이는 것은 단지 2021 대한민국 전통예술 전승원 청년작가 공모 한국화 부문 2인 선정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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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차분한 말투와 닮은 작업실, 스트리밍에 잡히지는 않지만 작업 공간 역시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닮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종종 반려식물을 키우며 공간 안에 그림뿐만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실제로 공존하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작가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쉬운 일 같지만, 실제로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매우 예민한 시간을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조경 전문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죽은 것으로 보이는 식물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다시 피어나는 경험을 통해 체험적이고 진솔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전통적 소재와 기법을 잘 살리되, 새로운 소재와의 결합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고, 영어 타이틀을 병기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 의식을 언어적으로도 잘 풀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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