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름만 들어도 사랑이 솟는 모녀전이다. 갤러리단정에서 올봄 기획전시로 이미 선보인 엄마 김원교(3.1~22)에 이어 딸 장영은의 작품을 연쇄적으로 보여주는, 모녀전의 두번째 섹션이 지난 주말 시작됐다. ••• 이번 전시는 장영은 작가의 현대적 한국화의 변주가 돋보이는 전시, ‘마르지 않는 향기’(3.29~4.16)다.
더욱 뜻깊은 것은 장영은 작가의 작품 중 일부가 오는 4월12일부터 5월말 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쇼케이스에 걸린다는 점이다. 국립발레단의 신춘 첫 공연과 장영은의 미술작품전이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장영은의 몽환적인 은행잎 작품이 발레리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장영은 작가는 10여 년 전 부터 지금까지 빛과 자연을 소재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시도와 연구로 자신만의 독특한 푸른 수묵화를 선보여왔다. 푸른 자연의 이미지가 담긴 광목 천 위에 자수로 만든 땀과 은빛 바느질선으로 빛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학부시절,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문장에서 큰 울림을 얻게 된 이후 작가는 전통 발묵법과 현대화법의 접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발묵법은 종이에 먹물이 스미고 번지는, 먹의 농담을 살려 순차적으로 쌓아가며 그리는 화법으로, 온화하고 윤택한 먹의 운치가 돋보이는 기법이다.
발묵법이 장영은 작가의 작품 형식을 좌우했다면 내용은 섬세한 바느질로 완성된다. 전통 백묘기법을 대신해 정적인 동양 회화의 재료적 한계를 뛰어 넘도록 돕는 매개체인 것이다. 잎맥, 꽃잎의 맥, 빗줄기, 이슬, 생명력(겨울눈), 나뭇잎의 상처를 은빛 바느질 땀의 반짝임으로 승화시키거나 달 등으로 나타낸다. 작가의 바느질은 마치 은색 물감으로 색을 칠한 듯 여러 형상으로 자유롭게 동서양의 미적 세계를 넘나든다. 작가 스스로의 창작에너지 외에 동양의 정신적 세계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연이 성장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장영은 작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과 기다림의 과정의 반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화의 현대적 변주를 계속해서 선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