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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장영은 작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표현 연구로 '푸른 수묵' 세계를 구축"
[새벽을 여는 사람들]장영은 작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표현 연구로 '푸른 수묵' 세계를 구축"
수묵화(水墨畵)는 말 그대로 물과 먹만으로 삼라만상을 그려낸 그림이다. 그러니 농담(濃淡)을 달리한 먹색이 가득하다. 즉 수묵화라고 하면 '먹색'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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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묵화' 그리는 90년대생 동양화가
광목천에 발묵, 그리고 은실 자수의 중첩…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
수묵의 정취를 기반으로 변화를 시도… 수묵과 푸른 수묵으로 함께 선보이고파장영은 작가의 '푸른 수묵화'는 삼라만상을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나타나는 '푸른색'은 하늘의 푸른색 같기도 하고, 바다의 그것이거나 나무, 풀 등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 '푸른 수묵화'에는 빛과 결을 표현하기 위한 은실이 새겨져 있다. 사진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영은 작가. /본인제공
[메트로신문] 수묵화(水墨畵)는 말 그대로 물과 먹만으로 삼라만상을 그려낸 그림이다. 그러니 농담(濃淡)을 달리한 먹색이 가득하다. 즉 수묵화라고 하면 '먹색'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푸른 수묵화'를 그리는 작가가 있다. 장영은 작가의 '푸른 수묵화'는 삼라만상을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나타나는 '푸른색'은 하늘의 푸른색 같기도 하고, 바다의 그것이거나 나무, 풀 등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 '푸른 수묵화'에는 빛과 결을 표현하기 위한 은실이 새겨져 있다.
지난 5일 <메트로경제신문>은 장영은 작가의 개인전 '빛, 숨, 결 : LIGHT, BREATH, TRACE'이 열리는 서울 은평구 '공간루트'에서 그를 만났다. 1993년생의 젊은 작가는 '동양화를 기반으로 은빛 바느질 선을 중첩하는 수묵의 변주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표현 연구로 '푸른 수묵'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빛, 숨, 결' 개인전에 선보인 약 8m의 '빛, 숨, 결 2024' 대형 수묵 작업. 사진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영은 작가. /본인 제공
◆광목천에 발묵, 그리고 은실 자수의 중첩…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
그의 작품에 대해 짧게 요약하자면,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광목천에 전통 발묵의 형식으로 수묵을 표현하고, 그 위에 빛을 머금은 특성의 은실 자수가 중첩돼 있는 특징이 있다. 장영은 작가가 이같은 작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장영은 작가는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다"며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16년,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싶어 여러 표현 방법을 연구하다가 '자연의 결'을 표현하기 위해 반짝이는 실을 (그림 위에) 바느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묵'의 화면에 반짝이는 '빛'의 특성과 부합하는 은실의 재료적 특성은, 시(詩)를 읽을 때 느껴지는 운율감같이 수묵 회화의 평면적, 재료적 한계를 깨기 위한 표현 기법"이라고 부연했다.
은실을 이용한 바느질선은 빛, 잎맥, 꽃잎의 맥, 빛줄기, 이슬, 이파리의 상처에 비치는 반짝임 등 다양한 것을 표현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장영은 작가는 "작품의 주제인 빛과 같이 은실이 반짝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제인 빛과 특성이 부합되어 은실을 사용하게 됐다"며 "그림이 빛을 받으면 바느질땀이 빛나면서 그 화면 안에서 생동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색으로 나뉜다. 먹으로 표현한 현(玄)색(먹색)과 따뜻한 색감의 푸른색. 수묵화의 먹색은 단 하나의 색만으로 만물을 표현해낸다. 자연의 모든 색이 들어간 것이 먹색인 셈이다.
'푸른색'하면 많은 이들은 '코발트 블루'와 같이 눈이 시린 파란색을 생각한다. 그러나 장영은 작가가 표현해낸 푸른색은 따뜻한 색감으로, 차라리 옥빛에 가깝다.
그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옥빛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수묵화의 먹색'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영은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하늘과 바다, 산의 빛깔을 품고 있는 자연이 함축된 색"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모든 푸른색을 표현한 것이 '푸른 수묵화'이며, 옥빛은 작가의 '시그니처 컬러'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작업을 진행할 때 가장 영감을 많이 받는 대상을 물었다. 장영은 작가는 '빛, 자연, 그리고 일상과 자연 속 결의 요소'라고 대답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통해 가장 많이 표현된 소재 역시 '빛'이라고 한다.
그는 "직관적으로 '빛'을 표현한 작업도 있지만, '빛'이라는 주제를 늘 은유적으로 모든 작업에 담아냈다"면서 "이번 전시 주제도 '빛, 숨, 결'인데, 빛이나 숨은 일상적으로 있기에, 인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울 때 '빛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숨을 쉬기 어려울 때 '숨'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나. 일상적이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어렵다. 빛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사물을 인지할 수 있고 만물은 생명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한다"며 "'빛'이란 본인에게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심미적 연구 대상으로, '빛'이 존재하기에 '자연'과 인간은 세상에 존속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영은 작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공간 루트'에서 '빛, 숨, 결'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본인제공
◆수묵의 정취를 기반으로 변화를 시도… 수묵과 푸른 수묵으로 함께 선보이고파
장영은 작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공간 루트'에서 '빛, 숨, 결'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모든 작품이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나왔겠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작품을 꼽아달라고 했다. 그는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약 8m의 '빛, 숨, 결 2024' 대형 수묵 작업을 꼽았다.
그 이유로는 "공간에 맞아 떨어져야 하고, 각기 다른 조각끼리의 조화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단조롭지 않도록 작업해야 했다"면서 "그 안에서 전시 주제인 '빛, 숨, 결' 요소들을 잘 나타내야 해서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작업은 관람하는 각도에 따라 작가가 관조해 온 순간의 잔상들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의도했다고 한다.
그는 "먹은 물에 번지며 스미는 물성 때문에 수정이 불가한 예민한 작업 재료라 작업 중엔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그만큼 일률적이지 않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면서 "또 그 특성 때문에 덧칠해 기존 형상을 숨기거나 수정이 불가능한 재료다. 숙달됐다고 해도 연구의 자세와 긴장을 놓을 수 없기에 붓을 들 때마다 늘 새롭고 신중한 마음으로 집중하며 작업에 임한다"고 말했다.
번져서 표현하는 기법은 숙달로 인해 체화되는 것인데, 긴장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장영은 작가는 "점 하나 찍는 작업이 쉽게 느껴지지만, 그 일을 20년씩 일률적으로 하라고 하면 어려운 일"이라며 "작업하면서 개념적인 면을 한번씩 더 생각하며, 한가지 일을 작업이 아니라도 매일 2~30년씩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존경할 만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처럼 수정도 어렵고 까다로운 전통 수묵의 세계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학부생 시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문장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1993년생의 젊은 작가의 목표를 물었다. 장영은 작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대를 살아가는 90년대생의 젊은 작가인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수묵이 지닌 고유의 담박한 정취를 지키면서도 재료적 한계에 국한되지 않도록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며, 수묵 작품과 푸른 수묵을 함께 선보이며 편안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닿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엔 '90년대생인 작가가, 동양화와 공예의 장르적 경계에 서서 얼마만큼 동시대적으로 저변을 확장하고 펼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지니게 됐다"면서 "과거-현재-미래를 이어 저변의 확장이 이뤄져 나가길 소망하며 본인 역시 수묵의 동시대적 표현법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를 오래도록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트로일보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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